정말로 ‘퓨처스 화타’ 이탈 ‘나비효과’인가…‘ERA 1위→수성률 8위 추락’ 두산 불펜에 무슨 일이

[SPORTALKOREA] 한휘 기자= 지난해 ‘리그 최강’을 자부하던 두산 베어스의 불펜진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두산은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 경기에서 4-6으로 졌다. 전날 승리의 기세를 잇지 못한 두산은 시즌 32승 2무 47패(승률 0.405)로 9위 자리에 머물렀다.
충격적인 역전패였다. 두산은 8회 말까지 3-1로 앞서 나갔다. 그런데 9회 초에만 무려 5점을 헌납하고 무너졌다. 마무리 투수 김택연의 몸 상태가 나쁜 것이 화근이었다. 최지강이 3연투를 감행했으나 제구가 아예 되지 않았다. 고효준과 박신지가 부랴부랴 등판했으나 위기를 넘길 수 없었다.

올 시즌 두산 불펜의 불안정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경기였다. 두산 불펜진은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13번의 블론 세이브를 저질렀다. 리드 상황을 지켜낼 확률인 ‘수성률’은 단 76.6%로 리그에서 3번째로 낮다.
불펜진 평균자책점은 4.25로 리그 6위다. 이 외에 피안타율 8위(0.266), 피OPS 6위(0.729), WHIP(이닝당 출루 허용) 7위(1.52) 등 대다수 지표가 중위권~중하위권에 걸쳐 있다.
불과 1년 사이에 너무 많이 달라졌다. 지난해 두산 불펜은 리그에서 가장 탄탄하기로 유명했다. 선발진의 붕괴와 이승엽 전 감독의 무리한 기용으로 600⅓이닝이나 던져 리그에서 유일하게 소화 이닝이 600이닝을 넘겼음에도 평균자책점 1위(4.54), 수성률 3위(81.5%)로 분투했다.

신구 조화가 기가 막혔다. 마무리로 정착한 고졸 신인 김택연을 필두로 우완 최지강과 좌완 이병헌이 영건 필승조를 구축했다. 여기에 베테랑 김강률과 홍건희, 중고참 이영하가 힘을 보탰다. 추격조로 나선 박정수, 시즌 막판 ‘히트 상품’으로 이름을 알린 최종인도 선전했다.
그런데 올해 이들 가운데 기대를 충족하는 선수는 사실상 이영하 한 명뿐이다. 김강률이 FA로 팀을 떠난 가운데 최지강은 제구 난조에 시달리며 부진에 빠졌다. 이병헌과 홍건희는 부상 이후 구위를 찾지 못한다. 박정수는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최종인은 1군에서 사라졌다.
하물며 이영하와 함께 분투 중인 김택연마저도 지난해의 ‘포스’가 나오지 않는다는 평가다. 박치국과 박신지의 부활, 여러 영건 투수의 가세에도 기존 자원들이 이러니 불펜진의 힘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원인을 두고 여러 추측이 나온다. 이 가운데 한가지 유심히 볼 의견이 있다. 지난해까지 두산의 2군 투수코치를 역임한 김상진 코치의 부재다. 김 코치는 2022년 정철원의 투구폼을 교정해 신인왕으로 만든 것을 시작으로 온갖 성과를 남겼다.
어린 투수나 부상으로 이탈한 선수들이 김 코치를 만나 기량이 급상승하며 ‘화타’라는 호평도 받았다. 덕분에 지난해 두산은 불펜진의 아무나 마운드에 올려도 대부분 150km/h가 넘는 강속구를 뿌릴 수 있는 팀이 됐다. 시즌 막판 갓 1군에 올라온 최종인이나 박지호도 빼어난 구위를 과시했다.
그런 김 코치가 시즌 후 오랜 기간 몸담은 두산을 떠났다. 코치진 재편 과정에서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김태형 감독을 따라 롯데 자이언츠 2군 코치로 이직했다.

공교롭게도 롯데는 올해 이민석과 홍민기 등 ‘원석’으로 꼽히던 선수들이 급격한 발전을 일궈냈다. 심지어 ‘아픈 손가락’ 윤성빈도 드디어 1군에서 쓸만한 수준으로 기량이 올라왔다. 반대로 두산은 1군과 2군 모두 투수진의 상태가 좋지 않으니 김 코치의 유무가 원인으로 꼽히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물론 코치 한 명의 존재가 모든 것을 가름하진 않는다. 지난해 두산의 ‘투마카세’로 불리는 과도한 불펜 남용도 원인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2군 코치의 유무가 이렇게 주목받는 데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올 시즌 두 팀의 성적을 보면 더더욱 말이다.

사진=두산 베어스, 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