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넘고 박찬호 기록 깬'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 먹튀 우려→1년 만에 상환? 디그롬 AL 사이영상 경쟁 합류

[SPORTALKOREA] 이정엽 기자= 제이콥 디그롬(텍사스 레인저스)의 활약이 심상치 않다. 부상으로 2년 치 못한 몸값을 한 번에 해결할 분위기다.
디그롬은 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필드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디그롬이 상대한 볼티모어는 최근 물오른 타격감을 보였다. 지난 28일에는 무려 22점을 올려 올 시즌 최다 득점을 기록했으며, 직전 경기에서도 텍사스를 상대로 10점을 터트렸다.

그러나 디그롬의 기세는 볼티모어를 짓누르기에 충분했다. 그는 1회 초 첫 투구부터 무려 시속 98.5마일(약 158.5km)을 기록하더니 3번째만에 시속 99.2마일(약 159.6km)을 찍었다. 이러한 강력한 패스트볼을 바탕으로 잭슨 할러데이를 삼진, 라몬 로리아노와 거너 헨더슨을 각각 유격수 땅볼, 중견수 플라이로 정리했다.
2, 3회를 위기 없이 넘어간 디그롬은 4회 헨더슨에게 안타를 맞은 뒤 2사 2루에서 개리 산체스에게 시속 99.4마일(약 160km) 패스트볼을 던졌다. 산체스는 이 공을 힘껏 당겨쳐 투런 홈런으로 연결했다. 디그롬의 이날 경기 첫 실점. 그러나 이게 다였다. 5, 6회를 또 깔끔하게 처리하며 5-2로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갔다.
텍사스는 이후 타선이 폭발하며 10-2 대승을 거뒀다. 디그롬의 최종 성적은 6이닝 5피안타 6탈삼진 2실점이다.

지난 2014년 뉴욕 메츠에서 데뷔해 9시즌 동안 82승 57패 평균자책점 2.52를 기록했던 디그롬은 내셔널리그(NL) 최고의 선발 투수였다. 2018년 첫 사이영상을 차지한 데 이어 2019시즌에는 류현진(당시 LA 다저스)을 제치고 2년 연속 수상의 영광을 누렸다. 2021년에는 평균 99.1마일(약 159.5km)을 던져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선발투수로 명성을 떨쳤다.
이러한 활약을 인정받아 디그롬은 지난 2023시즌을 앞두고 텍사스 레인저스와 5년 1억 8,500만 달러(약 2,514억 원)에 계약을 맺었다. 이는 당시 텍사스 구단 역대 투수 최고액이었다. 종전 기록은 박찬호의 5년 6,500만 달러(약 883억 원)다.

너무 많이 던진 탓일까? 디그롬은 텍사스 이적 후 줄곧 부상으로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6경기 만에 토미 존 수술을 받아 첫 시즌을 날렸고, 복귀 일이 늦어져 지난해 9월에야 마운드로 돌아왔다. 사실상 2년을 날린 셈이다. 또 이후 건강하게 종전의 기량을 되찾을 것이라고 보장할 수도 없었다. 워커 뷸러와 같이 2번째 토미 존 이후 구위를 되찾지 못한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디그롬은 복귀 후 리그를 지배하고 있다. 현재까지 17경기에 등판해 101⅓이닝을 소화하며 9승 2패 평균자책점 2.13을 기록 중이다. 현재 아메리칸리그(AL) 다승과 평균자책점 부문 전체 3위이며 탈삼진은 리그 10위다. 무려 37세 선수가 사실상 복귀 첫 시즌에 사이영상 경쟁을 하는 셈이다.
디그롬은 과거와 달리 승운이 따르지 않는 선수도 아니다. 벌써 두 자릿수 승수에 1승만을 남겨뒀다. 지금과 같은 모습이 후반기에도 이어진다면 사이영상 2연패를 노리는 타릭 스쿠벌(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가장 큰 경쟁자는 맥스 프리드(뉴욕 양키스)가 아닌 디그롬이 될지도 모른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