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⅔이닝→1이닝→4이닝→4이닝’ 5회도 못 채운다고? ‘엘동원’ 위용 어디로 갔나…길어지는 에르난데스 부진, 엔스 선전 맞물…

[SPORTALKOREA] 한휘 기자= ‘엘동원’으로 칭송받던 지난 가을의 위용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LG 트윈스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는 1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2피안타 4볼넷 4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2회까지는 좋았다. 안타 1개만 허용하는 동안 삼진 3개를 솎아내며 롯데 타선을 꽁꽁 묶었다. 그런데 3회부터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2사 후 볼넷 2개로 위기를 자초하더니 고승민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고 한 점을 내줬다.

그나마 4회는 삼자범퇴로 정리했으나 5회가 또 문제였다. 전민재와 정보근을 연달아 볼넷으로 내보냈다. 투구 수가 96개에 달하자 염경엽 감독은 에르난데스를 내리고 이정용을 투입해 불을 껐다. LG는 3-2로 이겼으나 에르난데스의 투구 내용은 아쉬움이 짙었다.
에르난데스는 지난해 ‘장수 외인’ 케이시 켈리의 후계자로 낙점돼 한국 땅을 밟았다 메이저리그(MLB) 통산 99경기 303⅓이닝을 소화한 이력으로 주목받았다. 다만 정규시즌에는 11경기(9선발) 3승 2패 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4.02로 큰 인상은 못 남겼다.

포스트시즌에 ‘반전’을 일궈냈다. KT 위즈와의 준플레이오프 5경기에 전부 등판해 7⅓이닝 10탈삼진 무실점 호투라는 기염을 토했다.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도 3⅔이닝 무실점 세이브를 따내는 등 빛났다. 최동원의 이름에서 딴 ‘엘동원’이라는 영예로운 별명이 붙었다.
이를 바탕으로 총액 130만 달러(약 18억 원) 규모에 재계약하며 LG에 잔류했다. 그런데 현재까지 10경기 45이닝 3승 3패 평균자책점 4.40으로 기록이 영 아쉽다. 리그가 전반적으로 투고타저 양상으로 변했음에도 지난해 정규시즌보다 성적이 떨어졌다.

이닝 소화력이 가장 큰 문제다. 경기당 고작 4.5이닝으로 5회도 못 채우는 수준이다. 10경기 이상 선발 등판한 선수 가운데 4번째로 적다. 외국인 선수 중에는 독보적인 ‘꼴찌’다. 특히 최근 4경기에서 각각 4⅔이닝-1이닝-4이닝-4이닝으로 계속해서 5회 고비를 넘지 못했다.
실제로 올해 에르난데스는 5회 피안타율 0.333 피OPS 0.887로 나쁜 지표를 기록 중이다. WHIP(이닝당 출루 허용)는 1.94로 5회만 되면 항상 2명씩 주자를 내보내는 수준이다. 이러니 선발 투수로 뛸 만한 체력을 못 갖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당장 이번 롯데전에서도 타순이 한 바퀴 돌고 구위가 떨어지니 롯데 타자들에게 집요하게 공략당했다. 첫 9타석에서 45개의 공을 던져 8개의 아웃을 잡아냈다. 그런데 그다음 9타석에서 51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단 4타자만 잡아냈다.
이렇게 선발 투수가 이닝을 얼마 먹지 못하면 불펜진의 부담은 자연스레 커진다. 심지어 거액의 돈을 받는 외국인 투수가 불펜진에게 짐을 떠넘기고 있는 셈이니 LG의 고민도 커지는 모양새다.


하필 LG가 에르난데스를 남기면서 내친 디트릭 엔스가 미국 복귀 후 호투 중이라 더욱 비교된다. 엔스는 지난해 30경기 167⅔이닝 13승 6패 평균자책점 4.19를 기록했다. 외국인 투수치고는 위압감이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 재계약에 실패했다.
엔스는 올해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마이너 계약을 맺고 트리플A에서 14경기 2승 2패 평균자책점 2.89로 호투했다. 지난 27일(한국시각)에는 4년 만에 빅리그 마운드에 올라 5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쳐 MLB 무대 첫 선발승도 따냈다.
LG는 2일 현재 선두 한화 이글스에 단 1경기 차 뒤진 2위를 달린다. 치열한 선두 경쟁에서 이닝 못 먹는 외국인 투수의 존재는 팀 전력에 ‘마이너스’다. 극단적으로는 에르난데스의 자리가 사라질 수도 있다. 본인이 분발하는 수밖에 없다.

사진=뉴시스, LG 트윈스 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