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많은 것 배워" KBO 13승→재계약 실패→ML 첫 선발승 '前 LG' 엔스, 역수출 신화 기회 …

[SPORTALKOREA] 오상진 기자= 성공적인 메이저리그 복귀전을 치른 LG 트윈스 출신 디트릭 엔스(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게 '역수출 신화'를 작성할 기회가 돌아온다.
미국 매체 'CBS 스포츠'는 6월 30일(이하 한국시간) '디트로이트 뉴스'의 크리스 맥코스키를 인용해 "엔스가 7월 4일 워싱턴 내셔널스전에 선발투수로 등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에도 해당 경기의 디트로이트 선발투수로 엔스가 예고됐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일어났다. 2024시즌을 앞두고 LG와 총액 1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은 엔스는 전반기까지 기복이 심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케이시 켈리와 함께 '퇴출 후보'로 거론됐다. '장수 외국인 투수' 켈리가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로 교체되면서 생존에 성공한 엔스는 시즌을 끝까지 완주하며 30경기서 13승 6패 평균자책점 4.19을 기록했다.
언뜻 보기에는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으나, 평균자책점이 규정이닝 투수 20명 중 14위로 중하위권에 그칠 정도로 무게감이 떨어졌다. 결국 LG는 엔스와 재계약이 아닌 결별을 택했다.

아시아 무대에서 총 3시즌(일본 2시즌, 한국 1시즌)을 보낸 엔스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디트로이트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빅리그 진입에 나섰다. 그는 지난 2월 지역 매체 '디트로이트 프리프레스'와 인터뷰에서 "지난 3년 동안 해외(한국, 일본)에서 뛴 건 정말 멋진 경험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내가 대학에 다니고 야구를 했던 미시간으로 돌아오게 되어 기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엔스는 개인 한 시즌 최다 이닝(167⅔이닝)을 소화한 지난해 LG 시절을 돌아보며 "팀의 에이스로 신뢰를 받고 마운드에 오르면 6~7이닝 정도는 책임져야 한다. 내게는 (LG에서 선발로 뛴 것이) 엄청난 기회였다. 내구성 측면에서 어떤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라고 돌아봤다.

디트로이트에 합류한 엔스는 게이브 리바스 피칭 디렉터의 추천으로 스플리터와 체인지업을 섞은 형태의 ‘킥 체인지업’을 장착한 뒤 업그레이드 된 실력을 뽐냈다. 올해 트리플A서 14경기 모두 선발로 등판해 2승 2패 평균자책점 2.89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빅리그 복귀 기회는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왔다. 리즈 올슨과 잭슨 조브의 부상으로 선발진에 공백이 생긴 디트로이트는 마이너리그에서 맹활약한 엔스를 콜업했다. 지난 27일 애슬레틱스전에 선발로 등판한 그는 5이닝 1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2017년 미네소타 트윈스 시절 이후 무려 2,877일 만에 거둔 감격의 선발승이었다.
엔스는 'MLB 네트워크'와 인터뷰를 통해 "내게는 일본과 한국 모두 놀라운 경험이었다. 두 리그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훌륭한 선수들이 많다"라며 "선발투수로 나가면 많은 기대를 받는다.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그곳(아시아)에 간 것이 나를 더 완성형 투수로 만들어줬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엔스의 복귀전을 지켜본 A.J 힌치 디트로이트 감독은 “정말 대단했다. 본인뿐만 아니라 우리 팀에게도 (엔스의 호투는) 모두 좋은 소식”이라며 “엔스는 우리가 필요로 할 때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줬다”라고 극찬했다.
앞서 'MLB트레이드루머스(MLBTR)'는 엔스의 빅리그 콜업 소식을 전하며 "올슨이 곧 복귀할 예정이기 때문에 엔스가 한 번 이상 등판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라며 "디트로이트가 엔스를 로스터에서 제외할 계획이라면 사실상 DFA(양도지명)을 해야 한다"라고 그의 불안한 입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성공적인 복귀전을 치른 엔스는 애초 예상과 달리 한 차례 더 선발기회를 잡았다. 'CBS 스포츠'는 "이번 주 올슨이 부상자 명단에서 복귀 예정인 가운데 엔스가 다시 한번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장기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