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 등판→1일 휴식→7⅔이닝 무실점’ 2,349일 만의 역투가 KT를 벼랑 끝에서 건졌다…5위 싸움, 4일까지 간다

[SPORTALKOREA] 한휘 기자= 프로 무대 입문 후 2번째로 나온 역투가 KT 위즈를 벼랑 끝에서 구해냈다.
KT 패트릭 머피는 3일 경기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정규시즌 최종전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 구원 등판해 7⅔이닝 6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패트릭이 등판한 시기는 1회 1사 후였다. 선발 투수 오원석이 홈런을 맞고 와르르 무너졌다. 이후로도 주자 2명을 더 내보내며 안정을 찾지 못하면서 이강철 KT 감독이 결단을 내렸다. ⅓이닝만 던지고 오원석 대신 패트릭을 투입했다.

급하게 올라온 탓이었을까. 패트릭은 김태연에게 곧바로 우전 적시타를 맞은 뒤 2사 후 황영묵에게 2타점 적시타를 추가로 내줬다. 이어 이원석에게도 안타를 맞았으나 그나마 권광민은 2루수 뜬공으로 잡고 간신히 이닝을 마쳤다. 하지만 이미 스코어는 0-6까지 벌어진 상태.
하지만 몸이 풀렸는지 2회부터 호투를 펼치기 시작했다. 삼진은 적었으나 특유의 맞춰 잡는 능력을 십분 발휘했다. 중간중간 안타를 몇 차례 내주기도 했으나 큰 위기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빠른 승부 덕에 투구 수도 적었다.
그렇게 패트릭은 8회까지 한화 타선을 상대로 단 한 점도 더 주지 않았다. 한화가 멈춰 서자 KT 타선이 조금씩 힘을 냈다. 5회 말 2점을 뽑아내며 추격을 개시했다. 그리고 9회 말 윤산흠을 공략해 무려 4점을 얻어 동점까지 완성했다.

경기는 11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6-6 무승부로 끝났다. 비록 KT가 승리를 따내진 못했지만, 이것만으로도 의미가 정말 크다. KT의 시즌이 여기서 끝나는 것을 막아 세웠기 때문이다.
KT는 이 경기 전 기준으로 올 시즌 71승 4무 68패(승률 0.51079)를 기록해 6위에 있었다. 5위 NC는 70승 6무 67패(승률 0.51094)다. 승차는 같으나 승률에서 단 1모 5사라는 근소한 차이로 NC가 앞선다.
KT가 NC를 제치려면 일단 오늘 승리 혹은 무승부로 경기를 마쳐야 했다. 오늘 지면 NC가 우천으로 인해 내일(4일)로 밀린 SSG 랜더스와의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지더라도 KT의 승률이 더 낮아 NC가 5위를 확보한다.
그런 와중에 1회 초부터 6점이나 헌납했으니 KT의 분위기는 절망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패트릭이 최고의 호투로 KT가 무너지는 것을 막고 팀에 마지막 희망을 선사한 것이다. 이제 NC가 내일 지면 KT는 가을야구행 막차를 탄다.

패트릭의 야구 인생을 통틀어서도 기억에 남을 호투다. 패트릭이 7이닝을 초과해 던진 것은 무려 2,349일 만이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산하 더블A 뉴햄프셔 피셔캐츠에서 뛰던 2019년 4월 29일 레딩 파이틴필스(필라델피아 필리스 산하)전 8이닝 1실점 투구 이후 처음이다.
패트릭은 올 시즌 윌리엄 쿠에바스의 대체자로 지난 7월 한국 땅을 밟았다. 부진에 시달리던 쿠에바스보다 경기력이 낫긴 했지만, 올해 불펜으로 뛰다가 뒤늦게 선발로 전환한 터라 이닝 소화력이 부족하다는 한계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모든 아쉬움을 떨쳤다. 패트릭은 지난달 25일 SSG 랜더스전 6이닝 무실점 이후 5일을 쉬다가 1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불펜으로 등판했다. 그리고 하루만 쉬고 바로 나와 96개의 공을 던지며 팀을 살려냈다.
덕분에 KT는 하루 더 희망을 품고 기다릴 수 있게 됐다. 과연 패트릭의 호투가 KT에게 ‘기적’을 안길 수 있을까. 이제 배턴은 NC에게 넘어갔다.

사진=KT 위즈 제공